디즈니와 픽사는 종종 '가족'이라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작품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어왔습니다. 『코코(Coco)』와 『엔칸토(Encanto)』는 모두 라틴 아메리카의 정서를 바탕으로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표현 방식, 문화적 배경, 전개 구조에서 서로 다른 정서를 전달합니다. 『엔칸토』는 마법이라는 요소를 통해 개성 넘치는 가족 구성원들과 그들의 내면적 상처를 보여주며, 가족 안에서의 ‘진정한 자신’을 찾는 여정을 담아냅니다. 이 글에서는 『코코』와의 비교를 통해 『엔칸토』가 어떤 차별성을 가지며,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 구조: 닮은 듯 다른 전개
『코코』와 『엔칸토』 모두 가족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이야기 전개의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코코』는 죽은 자들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통해 가족의 기억과 전통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반면 『엔칸토』는 살아 있는 가족 간의 갈등과 오해, 그리고 화해를 마법과 환상적 세계 속에서 풀어갑니다. 『코코』의 주인공 미겔은 음악을 금기시한 가족의 전통에 맞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상들의 세계로 들어가 가족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반면 『엔칸토』의 주인공 미라벨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 유일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점차 무너져가는 마드리갈 가문의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치유해 나갑니다. 미라벨의 여정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결국 ‘능력’이 아닌 ‘이해’와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두 영화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지만, 『코코』는 ‘기억’과 ‘유산’을 중심으로 하고, 『엔칸토』는 ‘이해’와 ‘개인의 정체성’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라틴 문화의 다층적 표현 방식
두 작품 모두 라틴 아메리카 문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코코』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이라는 전통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어, 그 문화의 상징성과 시각적 요소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해골 분장, 오프렌다(제단), 마리골드 꽃길 등은 멕시코 문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줍니다. 반면 『엔칸토』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되, 특정한 명절이나 행사를 중심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라틴 문화의 일상적 요소들—음식, 음악, 의상, 건축, 자연 풍경—을 영화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문화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표현합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말투, 색감, 배경음악까지 모두 콜롬비아 특유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여 구현됩니다. 『엔칸토』의 음악은 라틴팝, 콜롬비아 민속음악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린 마누엘 미란다의 감각적인 작곡은 전통과 현대를 매끄럽게 이어줍니다. 이로 인해 『코코』가 전통적 요소를 강하게 드러냈다면, 『엔칸토』는 현대적인 감성과 함께 라틴 문화의 다층적 매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개인 찾기
『엔칸토』가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가족 안에서의 개인의 자리’에 주목한다는 점입니다. 미라벨은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그녀의 자매들도 각자의 능력으로 인해 과중한 기대를 안고 살아갑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이 오히려 짐이 되는 구조 속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점점 지쳐갑니다. 『코코』에서는 가족이 하나의 목소리로 전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서가 흐른다면, 『엔칸토』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개별적으로 상처받고, 이를 인정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이는 현대 가족의 다면적 구조를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엔칸토에서 반복되는 메시지는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각자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 것”입니다. 이 메시지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단순히 ‘혈연’이나 ‘역할’의 틀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개성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계’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코코』가 조상의 기억과 전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면, 『엔칸토』는 살아 있는 가족 구성원 간의 이해와 감정의 회복을 통해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합니다. 둘 다 라틴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 중심과 일상 중심이라는 표현 방식의 차이도 뚜렷합니다. 『엔칸토』는 특히 현대 사회의 가족 구성원들이 겪는 갈등과 회복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함으로써,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두 작품을 함께 보면 가족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엔칸토』를 통해 당신만의 ‘마법’을 찾아보세요.